전세 재계약 보증금 인상 — 협의 전 반드시 확인할 7가지
임대인에게서 "보증금 올려야 한다"는 연락을 받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갱신청구권을 쓸 수 있는지, 5%가 상한이라는데 정말 그런지, 대출은 연장이 되는지. 준비 없이 협의 자리에 앉으면, 임대인이 제시하는 숫자를 검증할 근거 없이 받아들이기 쉬워진다.
이 글은 전세 재계약 보증금 인상 협의에 들어가기 전, 시세·등기부·갱신청구권·대출·보증보험·특약·협상 문구까지 7단계로 나눠 실무 체크포인트를 정리한다. 계약 만료 6개월~2개월 전 구간에 있는 세입자라면, 아래 순서대로 확인하고 나서 협의 자리에 앉는 것이 안전하다.

한눈에 보기
1단계 — 전세 실거래가부터 확인한다
임대인이 "주변 시세가 올랐으니 보증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하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실거래가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부동산 앱이나 중개 광고에 나오는 '호가'는 집주인의 희망 가격이고, 실제 거래 가격과 차이가 클 수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접속해서 같은 단지, 같은 전용면적, 최근 3~6개월 전세 실거래가격을 조회한다. 내 현재 보증금이 최근 실거래 평균 대비 어디쯤인지, 임대인이 요구하는 인상 후 금액이 실거래 상단을 크게 넘지 않는지 비교하면 협상의 출발선이 잡힌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도 같이 본다. 전세가율이 80~90%를 넘으면 집값 하락 시 보증금 회수 리스크가 커지고, 보증보험·대출 심사에도 직접 영향을 준다. 시세 확인 없이 임대인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후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2단계 — 등기부등본으로 권리관계를 본다
시세를 확인했으면, 다음은 등기부등본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할 수 있고, 소유자가 바뀌지 않았는지, 근저당권·가압류·가처분 같은 선순위 권리가 새로 설정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핵심은 이 계산이다. 선순위 채권(근저당 등) + 내 보증금 합계가 시세의 90%를 넘는지. 이 기준을 넘으면 HUG·HF·SGI 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지거나 거절될 수 있다. 깡통전세 위험이 있는 지역이라면 등기부 확인 없이 재계약에 도장을 찍는 건 위험하다.
대법원은 전세금 우선변제 순위를 잔금 완납일이 아니라, 주택 인도와 전입신고·확정일자를 갖춘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판례를 내놓은 바 있다. 갱신 후에도 확정일자 효력이 유지되는지, 별도 갱신이 필요한 경우는 없는지 확인해두면 좋다.
3단계 — 갱신청구권과 5% 상한, 정확히 이해한다
"갱신청구권 쓰면 5%는 무조건 올려줘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많다. 답은 아니오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세입자는 1회에 한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고(통상 2년 연장), 이때 임대인이 올릴 수 있는 보증금·차임의 상한이 5%다. 지자체 조례로 이보다 낮게 정할 수도 있다. 5%는 '최대치'일 뿐 자동으로 5% 인상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며, 0~5% 범위에서 협의로 정해진다.
확인해야 할 포인트는 세 가지다.
- 내가 갱신청구권을 이미 1회 사용했는지, 아직 남아 있는지
-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인지, 단순 재계약(신규 계약에 가까운 구조)인지
- 단순 재계약이라면 5% 상한이 직접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법령·지자체 조례·전문가 상담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계약 만료 6개월 전~2개월 전 사이에 갱신 의사를 밝히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내되는 기간이다. 이 기간을 지나면 갱신청구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으니, 계약 만료일로부터 6개월 전 시점을 달력에 미리 표시해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단계 — 대출 연장·추가 한도를 사전에 조회한다
보증금 인상을 수용하려면 추가 자금이 필요한데, 많은 세입자가 "예전에도 이 정도는 나왔으니 이번에도 되겠지"라고 가정한다. 하지만 최근 규제 변화로 대출 환경이 달라졌다.
HF 전세자금보증 90% 룰.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2025년 8월 28일부터,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을 합한 금액이 해당 주택 시세의 90%를 초과하면 전세자금보증을 제공하지 않는 요건을 시행하고 있다. 보증금 인상으로 이 기준을 넘기면 기존 대출 연장이 안 되거나 추가 대출이 줄어들 수 있다.
628 부동산 대책. 2025년 6월 28일부터 시행된 대책에서는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축소하는 방안이 포함되었다는 분석이 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재계약 시 추가 대출 가능액이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어, 은행에 사전 확인이 필수다.
은행 창구·앱·콜센터를 통해 아래를 미리 물어봐야 한다.
- 보증금 인상 후에도 기존 전세자금대출 연장이 가능한지
- 추가 대출이 가능한지, 한도는 얼마인지
- 대출 만기와 계약 만기가 맞는지
이 숫자를 확인하지 않은 채 인상에 합의하면, 잔금일에 인상분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이 실제로 발생할 수 있다.
5단계 —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계약 전에 확인한다
"계약부터 하고 나중에 보증보험 가입하면 되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보증기관에서 거절되면 보증금 회수 리스크가 크게 높아진다.
| 항목 | HUG 전세금 반환보증 | HF 전세자금보증 | SGI 전세보증 |
|---|---|---|---|
| 성격 | 보증금 못 받을 때 대신 지급 | 전세자금대출 보증 | 민간 보증사, 전세보증 제공 |
| 핵심 한도 | 지역별 보증금 상한(서울 5억 등 사례) | 보증금+대출 ≤ 시세 90% | 시세·선순위 채권 기준, 한도 높은 경우도 있음 |
| 필수 조건 | 전입신고+확정일자, 잔존기간, 권리관계 양호 | 전세대출 계약, 신용도·소득 기준 | 전입·확정일자, 권리관계 등 |
| 거절 사유 예시 | 보증금+선순위 채권 > 시세 90%, 임대인 체납·압류 | 보증금+대출 > 시세 90% | 시세 산정 불가, 근저당 과다 |
정부는 전세사기 예방 방안(국토교통부 기준)에서 보증대상 전세가율을 100%에서 90%로 하향 조정하는 방향을 추진해 왔다. 보증 가입 기준이 이전보다 엄격해졌다는 뜻이다. 인상된 보증금 기준으로도 보증 가입이 가능한지, 보증료는 얼마나 오르는지를 계약 전에 확인하고 협상 전략에 반영하는 것이 순서다.
주택 유형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신축·역세권 아파트는 보증 가입이 비교적 용이하지만, 구축·소형 빌라·다가구 같은 주택은 시세 산정이 어려워 보증기관이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잔존 계약기간이 1년 미만이면 가입 자체가 안 되는 상품도 있어, 만료 직전에 서두르면 늦을 수 있다.
6단계 — 계약서 특약으로 보증금을 지킨다
인상 폭에 합의한 뒤에는, 계약서에 어떤 특약을 넣느냐가 보증금 보호의 마지막 관문이다. 아래 항목을 검토해본다.
보증금 보호 특약.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말소 예정이 있다면 말소 시기를 명시하고, 추가 담보 설정 금지 특약을 넣는 방법이 있다. 임대인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도록 하는 특약도 실무에서 쓰인다.
인상분 지급 조건. 보증금 인상분을 언제 지급할지(갱신일에 동시 지급 vs 중간 지급), 중도 퇴거 시 조건은 어떻게 할지를 특약으로 명확히 기재한다.
대출 심사 연동 조항. 전세자금대출 승인이 지연될 수 있으므로, 금융기관 승인 지연 시 잔금일 조정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특약에 포함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월세 전환이 논의될 경우, 법정 전월세 전환율 상한(10%와 기준금리+3.5% 중 낮은 비율)을 초과하는 전환은 위법 소지가 있다. 이 기준은 협상에서 활용 가능한 포인트다.
7단계 — 협상 문구를 미리 준비한다
협상은 감정이 아니라 근거로 한다. 아래 세 가지 유형의 문구를 상황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시세 근거.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기준으로 우리 단지 최근 전세 실거래가가 ○억~○억 수준입니다. 제시해주신 인상률은 시세보다 높아, ○% 인상 정도로 협의드리고 싶습니다."
보증·대출 제약. "HF/HUG 보증 규정상 보증금과 대출 합이 시세의 90%를 넘으면 대출 연장이 어렵습니다. ○○만 원 인상까지만 보증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할지 부탁드립니다."
장기거주·상생. "아이 학교와 직장 때문에 이 집에서 계속 살고 싶습니다. 관리도 잘 해왔으니, 인상 폭을 조금 낮춰 주시면 장기 거주를 약속드리겠습니다." 법적 근거는 아니지만 실무 협상에서 자주 쓰이는 논리다.
재계약 vs 이사 vs 월세 전환 — 간단 비교
인상 폭이 크다면 재계약 외 대안도 저울질하게 된다. 판단 축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 항목 | 전세 재계약 | 월세 전환 | 이사(새 전세) |
|---|---|---|---|
| 초기 자금 | 인상분만 추가 | 보증금 줄고 월세 발생 | 새 보증금+중개보수+이사비 |
| 매달 부담 | 관리비+대출이자 | 월세+관리비+대출이자 | 관리비+대출이자 |
| 보증금 리스크 | 보증보험으로 완화 가능 | 보증금 규모 줄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음 | 새 집 권리관계 다시 확인 필요 |
| 핵심 변수 | 시세 90% 룰·대출 연장 가능 여부 | 전월세 전환율 상한 확인 | 이사 총비용 vs 인상분 비교 |
보증금이 높고 깡통전세 우려가 큰 지역이라면, 일부 월세 전환과 보증보험 가입을 조합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마무리 — 숫자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대화한다
전세 재계약 보증금 협의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하나다. 5% 상한만 보지 말고, 시세·보증·대출·권리관계까지 한 번에 점검한 뒤 인상 폭을 역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다.
-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우리 집 전세 실거래가와 전세가율을 확인한다
- 등기부등본을 열람하고, HUG·SGI 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증금 안전·대출 가능 범위를 체크한다
- 갱신청구권 사용 여부·5% 상한 적용 가능성·전세대출 규제(90% 룰, 보증비율 축소)를 확인해서, 협상 가능한 인상 한도를 계산한다
같은 협의 자리라도, 이 세 가지를 미리 확인하고 들어간 세입자는 근거 있는 숫자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갱신청구권 쓰면 5%는 무조건 올려줘야 하나요?
아니다. 5%는 임대인이 올릴 수 있는 최대 상한이지, 자동으로 5% 인상이 확정되는 것이 아니다. 협의를 통해 0~5% 범위에서 정할 수 있으며, 지자체 조례로 상한이 더 낮을 수도 있다.
Q. 전세보증보험은 세입자가 원하면 무조건 가입되나요?
아니다. 시세·보증금·선순위 채권·임대인 신용상태 등 보증심사 기준을 충족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보증금+선순위 채권 합계가 시세 90%를 넘으면 거절될 수 있으므로,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Q. 보증금 인상하면 기존 전세대출 연장은 자동으로 되나요?
자동이 아니다. HF 90% 룰이나 628 대책 이후 보증비율 축소 등으로 인상 후 보증금+대출 합이 시세 기준을 넘으면 연장이 거절되거나 한도가 줄어들 수 있다. 반드시 은행에 사전 조회를 해야 한다.
Q. 갱신청구권을 이미 한 번 썼으면 재계약 때 5% 상한이 적용되나요?
갱신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회 행사만 가능하다. 최초 2년+갱신 2년 후 일반 재계약으로 전환되면, 5% 상한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구체적인 적용 여부는 법령·판례·전문가 상담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Q. 빌라도 아파트처럼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되나요?
주택 유형에 따라 보증 가입 조건이 다르다. 구축·소형 빌라·다가구 주택은 시세 산정이 어려워 보증기관이 보수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가입이 거절되는 사례도 있다. HUG·SGI 상품별 대상 주택 기준을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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